Sunday, June 14, 2026

[박헌승 목사 칼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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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조용히 엎드려 묵상하는 중에, 십자가 위 예수님의 마지막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지상에서 드리신 주님의 마지막 기도는, 큰 소리로 부르짖는 간절한 ‘부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주님조차 운명 직전 아버지 하나님께 ‘부탁’하셨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새겨졌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맨몸으로 온갖 수모와 조롱을 당하신 주님. 온몸이 찢기는 고통 속에서 인류의 죄를 짊어지신 영혼의 괴로움이 얼마나 크셨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롱하는 자들의 용서를 구하셨고,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낙원으로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께 버림받은 고통 속에서 “내가 목마르다” 하셨던 주님은 마침내 “다 이루었다” 구원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의탁하셨습니다.

‘부탁’은 모든 것을 위탁하고 온전히 맡기는 것을 뜻합니다. 이 단어를 묵상하며, 저는 제가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입술로는 “다 주님께 맡겼습니다” 고백하면서도, 정작 손아귀에 꼭 쥐고 있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내 안의 의(義)와 욕심, 자녀에 대한 집착, 나의 주장과 판단, 자기중심적 자아, 자존심, 미래에 대한 불안, 서운함과 억울함, 염려, 정죄, 무거운 짐, 체면과 부끄러움, 변명……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그 순간, 그동안 성도님들에게 간절히 선포했던 말씀들이 부메랑처럼 제 가슴을 쳤습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시 37:5)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시 55:22) “너희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잠 16:3)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벧전 5:7)

이 말씀들을 의지해 눈물로 회개하며 기도했습니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고 죽는 심정으로 주님께 맡겼습니다. 아버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부탁’할 때, 비로소 하늘의 평안함이 내 마음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또 붙들 수 있기에 다시 한번 기도했습니다. “아버지, 나의 모든 삶을 오직 아버지 손에 부탁합니다.”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눅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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