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봄은 유독 비가 잦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도 초록이 넘쳐납니다. 공원도, 동네 골목도, 북쪽으로 이어지는 시골길도. 온통 초록 물결이 출렁이며, 마치 진주처럼 빛이 납니다.
그 싱그러움에 취해 걷다가 문득, 걸음이 멈추어졌습니다. “저 초록도 이제 변하겠지. 잎이 지고, 가지만 남겠지. 그리고 다시, 쓸쓸한 빛깔로 돌아가겠지” 상념이 깊어질수록 마음 한 편이 허전해집니다. 모든 육체의 영광은 풀처럼 마르고 꽃처럼 떨어집니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도 내 곁을 떠나고, 친구도 떠나고, 나도 언젠가는 떠나기 마련입니다. 가곡 “이별의 노래”의 한 구절이 유독 가슴에 와닿는 오늘입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얼마나 걸었을까. 나도 모르게 입술에서 탄식처럼 한마디가 흘러나왔습니다. ‘주여!’ 그 짧은 고백과 함께, 말씀 하나가 조용히 마음속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 2:17)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부귀영화가 남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훌륭한 업적도 아닙니다. 세상만사와 모든 인연은 바람처럼 흩어지고 사라지지만, 남는 것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대로 살았던 삶, 오직 그것만이 남습니다.
이제 봄이 가면 따가운 햇살의 여름이 돌아옵니다. 낙엽 깔린 가을을 지나, 찬바람 이는 겨울이 찾아올 것입니다. 계절은 그렇게 쉬지 않고 흘러가지만, 하나님의 뜻은 어느 계절에도, 어느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영원합니다.
솔로몬의 고백처럼 해 아래의 모든 삶은 헛되고 헛될 뿐입니다. 오직 하늘의 뜻만이 영원합니다. 오늘도 나는 봄 길을 걷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십자가 안에 녹아 있는 그 영원한 뜻을 가슴에 깊이 품고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