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중심 서술, 환경 적응 오해 불러”
출판사에 최신 생명과학 연구 반영 촉구

(사)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가 2022 개정 <통합과학 1·2> 교과서의 진화 관련 서술 중 후성유전학적 해석 가능성에 대한 학술적 검토와 개선을 요구하는 제16차 청원서를 교육부 및 각 교과서 발행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진추는 지난 7월 21일 제출한 청원서에서 현행 교과서가 DNA 돌연변이에 기반한 집단유전학적 설명을 기본 틀로 삼고 있으나,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과의 관계를 충분한 설명 없이 기술하여 학습자에게 개념적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진화론은 DNA 염기서열에 변이가 생겨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고 이것이 자손에게 전달되면서 진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이에 반해 후성유전학은 DNA 문자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살면서 겪는 환경(음식, 스트레스, 오염 등) 때문에 DNA의 특정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진다고 본다. 또한 이렇게 조절된 상태가 자손의 체질이나 형질로 전달될 수 있다고 여긴다.
현재 후성유전을 두고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찬성 측은 후성유전도 진화의 원동력이 된다고 보는 반면, 반대 측은 후성유전적 스위치 변화가 몇 세대가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리셋되는 경우가 많아 영구적인 유전체 변화를 만드는 진화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교진추 측은 DNA 염기서열 변화와 후성유전적 조절은 발생 기작 및 유전 방식이 엄연히 다름에도 교과서 본문에서는 환경에 따른 표현형 변화를 적응과 연계해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사용 지도서에서는 환경성 변이가 세대 간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별도로 강조하고 있어 본문과 지도서 간 서술 방향에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동아출판사의 2022 개정 <통합과학 2> 교과서는 변이를 설명하며 돌연변이와 환경 요인에 의한 변이를 함께 제시하고 있으나, 지도서에서는 환경에 따른 개체 변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미래엔 출판사 지도서 역시 다양한 변이 사례 중 환경 차이로 나타나는 개체 변이는 언급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진추는 후성유전 현상과 진화 이론의 관계에 관한 학술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최신 연구 동향과 학문적 견해를 교과서에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서를 수령한 출판사들의 반응도 전달됐다. 동아출판사는 “현대 과학 발전에 따른 과학 지식의 잠정성에 대한 교육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회신했으며, 비상교육은 “내부 검토 후 집필진과 면밀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진추는 출판사들의 다각적 검토 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학술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함께 덧붙였다.
이광원 교진추 회장은 “AI 시대에는 학생들이 단일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과학적 견해를 비교·검토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정책 제안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진추는 2011년부터 진화론, 생명의 기원, 지질시대, 화석 해석 등 과학 교과서 서술에 대해 총 16차례에 걸쳐 개선 청원을 제출해 오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독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