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올해 같은 봄은 처음인 듯합니다. 긴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 봄향기와 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를 설레며 기다렸건만, 현실의 봄은 여전히 시리고 춥습니다. 오죽하면 넣어두었던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고,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이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요.
문득 ‘이게 정말 봄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봄이 봄 같지 않아도, 봄은 봄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여름일 수 없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도 가을일 수 없으며, 겨울처럼 추워도 결코 겨울일 수 없습니다. 봄은 봄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문제는 날씨가 아니라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이해인 시인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어디서나 봄”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마음에 포근한 사랑이 넘치면 겨울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우리는 늘 봄 속에 살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며 감사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우리 삶을 1년 내내 따뜻한 봄으로 만드는 비결입니다.
그 영혼의 봄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성령 충만의 은혜입니다. 성경의 배경인 팔레스타인 땅에서는 씨를 뿌릴 때 내리는 가을비를 ‘이른 비’라 하고, 추수를 앞두고 곡식을 여물게 하는 봄비를 ‘늦은 비’라 합니다. 선지자 요엘은 이 늦은 비를 마지막 때 부어 주시는 성령의 은혜라고 했습니다. 추수의 열매를 맺게 하는 이 봄비처럼, 우리 영혼에 성령의 단비가 내릴 때 비로소 사랑과 생명의 풍성한 열매가 맺히게 됩니다.
부활하신 후 하늘로 올려지신 예수님께서는 영혼 추수의 열매를 위해 오순절 마가 다락방에 성령의 단비를 부어 주셨습니다. 이제 성령강림 주일을 앞두고, 우리도 그 다락방의 120명 성도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입을 벌려 이 봄비를 사모합시다. 차가운 세상의 기운 속에서도 우리 마음만은 성령의 온기로 가득한, 영원한 봄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들은 비를 기다리듯 나를 기다렸으며 봄비를 맞이하듯 입을 벌렸느니라”(욥기 2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