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6, 2026

[박헌승 목사 칼럼] “주님 저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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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오랜만에 밴쿠버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반가움도 잠시, “어머니, 막내아들이 왔어요”라는 제 말에 어머니는 낯선 눈빛으로 “누구야?”라고 되물으셨습니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는 그 모습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불효 탓인가 싶어 마음이 아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식사를 함께하며 조금씩 기억을 되찾으셨고, 이튿날엔 또렷한 정신으로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저를 위해 안수 기도까지 해주셨습니다. 95세의 연로하신 어머니가 “내가 기도 은사를 받았노라” 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은 제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제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 어머니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못 알아보셨을 때 느꼈던 그 당황함… 만약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 “나는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하노라” 하신다면 얼마나 황망할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했습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가장 중요한 주님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부모님은 어쩌다 한 번 뵐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하나님과는 매일 만나 말씀 안에 거해야 합니다. 가끔 방문해 인사 나누는 ‘손님’이 아니라, 매일 얼굴을 뵙는 ‘자녀’로 교제해야 합니다.

조용히 주님께 여쭈었습니다. “주님… 아시죠? 저 아시죠?” 그 질문 끝에, 주님께서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답해주시는 듯했습니다. “그래, 내가 너를 잘 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 아니냐.” 부족한 저를 하나님께서 아신다고 하시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토론토에 도착하니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저 눈처럼 순결하게, 가끔씩이 아니라 매일 주님을 만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언젠가 주님 앞에 섰을 때 주저함 없이 “주님, 아시지요?”라고 여쭙고, 그분의 따뜻한 환대를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머니의 기억은 흐릿해질 수 있어도, 나를 향한 하나님의 기억은 영원함을 믿기에 다시 힘을 냅니다. 보고 싶은 어머니도 주님께 맡겨드리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막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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