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5, 2026

GAWPC 세계예수교장로회 설립 50주년 기념…“개혁주의 신학과 미주 한인교회의 사명”

인기 칼럼

 

GAWPC 제48대 총회장 황현조 목사

GAWPC 세계예수교장로회 설립 50주년을 기념하여 교단 역사편찬위원회가 위의 주제에 관한 집필을 필자에게 요청한 것은, 미주 이민 한인교회가 이 시대의 사명을 수행해 나감에 있어서 개혁주의(칼빈주의) 신학이 그 중요한 방향과 지침을 제시하는 신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설립 초부터 개혁주의 신학의 정체성과 전통을 굳건히 지켜오면서 올해 설립 희년(Jubilee)을 맞이한 본 교단이기에 이 주제는 한층 더 중요한 이슈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본 논문을 진행함에 있어 1.이민의 성경신학적 의미  2.미주 한인 이민 역사 과정과 한인교회 3.개혁주의 신학의 본질  4.개혁주의 한인교회의 시대적 사명 등의 순서로 기술해 나가고자 한다.

  1. 이민의 성경신학적 의미

한인 이민자가 미주에 이민 왔다고 하는 것은 한갓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원대하신 섭리와 계획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영적 시각이요 성경신학적인 관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민자와 한인교회에게는 하나님의 원대하신 계획을 실현하고 쓰임 받아야 할 중대한 사명이 태생적으로 주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아비의 본토 갈대아 우르를 떠나 여호와께서 지시한 먼 이국 땅 가나안으로 이민하였다. 그는 믿음의 조상일 뿐만아니라 모든 신앙 이민자들의 선구자였다. 창세기에 나타난 아브라함의 이민 사건은 철저히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가운데서 이루어 졌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순종하는 믿음을 의로 여기시고 그에게 복을 주어 믿음의 조상으로 삼으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원대한 인류 구원 계획의 시작이었다. 아브라함을 인류 구원을 위한 선교의 구심점과 원심점으로 삼으시려는 하나님의 선교 계획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 인류구원 선교의 “구심적” 역할을 한 아브라함

이민자 아브라함은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선교 역사의 구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믿음의 조상으로 인정받을 만큼 신실하고 강한 믿음을 가졌다. 그의 믿음의 자손들도 이민의 땅 가나안에 잡다한 여러 이방 신들에게 미혹되어 넘어가지 않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고 예배 드리는 삶을 살았다. 그것은 분명 가나안 이방 민족들에게 구원의 빛을 비추는 선교적 삶이었다. 그리하여 전혀 하나님을 모른 채 다신교 종교 생활에 빠져 있던 이방인들에게 유일신 여호와 하나님 신앙의 빛을 처음으로 비추어서 그들을 참 신이신 여호와 하나님께로 이끌어 들이는 선교의 역할을 감당했던 것이다. 이것은 곧 하나님의 인류 구원 계획 속에 포함되었던 이민자 아브라함의 “구심적 선교”(Centripetal Mission) 역할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 아브라함이 직접적으로 선교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일신 신앙을 가진 그와 그의 가정이 여러 신들을 믿는 이방 불신 세계에 존재하면서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는 신앙과 예배의 삶의 모범을 무언중에 보여줌으로써 간접 선교 역할을 십분 감당했던 것이다. 이것을 현대 선교학에서는 “체재 전도”(Presence Evangelism)라고 칭한다. “예수 믿으시오!”라고 선포하는 “선포 전도”(Proclamation Evangelism)가 극히 엄격하게 금지돼 있는 오늘날의 이슬람 국가나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 지역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가능한 것이 바로 이 “체재 전도”인 것이다. 인도주의적인 식량 지원, 고아나 장애자 지원, 교육 및 기술 지원, 의료 지원 등을 위해 그 지역에 체재하거나 방문하게 될 때 모범적 기독교인의 모습을 그들에게 은연중에 보여 줌을 통해 간접적 전도가 상당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와 같이 원대한 인류구원 선교 목적을 위해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그를 가나안 땅으로 이민시키시고 그의 “체재 전도”(Presence Evangelism) 역할을 통해 “구심적 선교”를 시작하셨던 것이다. 창세기 12:3에서 하나님께서 예언하시고 언약하신대로 아브라함은 모든 이방인들이 유일신 참 하나님께로 나아오도록 구원의 축복을 전파하는 “복의 근원”이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주의 신앙 이민자들과 한인교회들은 아브라함의 모범적인 선교 모델을 본받아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삶을 살면서 “체재 전도” “구심적 선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주요한 사명이 있다. 그러할 때, 불신자들을 주님께로 이끌어 구원의 축복을 받게 할 “구심적 선교” 역할이 활발하게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 인류구원 선교의 “원심적” 역할을 한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인류 구원을 위한 “구심적 선교” 역할만 감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인류 구원의 “원심적 선교”(Centrifugal Mission) 역할도 감당하였다. 원심적 선교 역할이란, 밖으로 확산되어가는 선교 역할을 말한다. 끌어 들이는 선교 차원을 넘어서, 밖으로 뻗어가는 아웃리치(Outreach) 선교가 “원심적 선교’ 역할인 것이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그 믿음의 후손들(롬 4:16, 9:6-7; 갈 3:7)이 하나님의 언약(창 12:2)대로 구약시대를 통하여 영적인 “큰 민족”을 이루어 나오다가 바야흐로 큰 전환점을 이룬 것이 곧 신약시대이다.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육신 하심으로 신약시대가 드디어 펼쳐졌다. 그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 신약교회가 설립되고 그때부터 이방인들을 향한 복음 선교가 대폭적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선교의 총사령관이신 성령께서 강림하신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사건 이후부터 땅 끝까지 이르는 폭발적인 신약시대 선교 사역이 전개되어졌던 것이다. 이것은 성경의 예언대로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통한 “원심적 선교” 역할이 결정적으로 성취된 순간이었고 그 사역은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미주 한인 이민 신자들과 한인교회들도 이 “원심적 선교”의 사명을 깨닫고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후손들로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해외선교 사역을 열심히 감당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원심적 선교” 사명이야말로 주님 오실 그날까지 중단하지 않고 영광스럽게 수행해 가야 할 주님의 선교 명령(Great Commission)이기 때문이다(마 28:18-20; 행 1:8).

지금까지 우리는 이민의 성경신학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미주 한인교회의 설립과 성장의 배경이 되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과정을 간략하게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1. 미주 한인 이민 역사 과정과 한인교회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20세기가 막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1882년에 조선과 미국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02년 12월, 102명의 조선 이민자들이 증기선 갤릭(Gaelic)호를 타고 인천항을 출발하였다. 태평양을 건너는 한달 간의 긴 항해 끝에 1903년 1월 13일 그들은 하와이 호놀룰루 항구에 도착하여 역사적인 첫 발을 미국 땅에 내디뎠다. 최초의 미주 한인 이민자들이 된 것이다. 그들은 하와이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플랜테이션 농장의 노동자로 태평양을 건너온 취업 이민자들이었다.

그로부터1905년까지 약 7천명의 한인 이민자들이 더 들어왔고, 1924 년에 이르기까지 약 2천명의 추가 한인 이민자들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로 입국하였다. 그들 중에는 다수의 사진 신부들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미국에 첫 이주한 한인들의 대부분은 1884년부터 조선에 온 미국 선교사들이 전하는 복음을 통해 이미 기독교 신자가 된 사람들이었다. 1621년 미국 신대륙에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도착한 청교도들이 도착하자마자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리며 신앙생활을 하였듯이, 한인 이민자들도 미국 하와이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은 미주 한인 이민 역사에 특별히 기록해야 할 대단히 자랑스런 역사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또한 한인교회에 부속된 한국학교들을 설립했고, 조국의 광복 독립운동도 적극 지원하였다. 명실공히 한인교회가 이민사회 공동체와 조국 독립운동 지원의 중심지가 되었던 것이다. 1905년에는 하와이에 벌써 19개의 한인교회가 설립되어 있을 정도로 신앙의 열기가 대단하였다.

1924년에 와서 미국 이민법이 엄격히 강화됨에 따라 한인 이민이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 기간 동안에 1만5천명의 한인들이 많이 들어왔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군의 한국인 아내들과 또한 미국인들이 입양한 전쟁 고아들이 이주했고 다수의 유학생들도 들어왔다. 그후1965 년부터 1980 년대 초까지는 의료직, 전문직, 기술직, 종교직 등 여러가지 직종의 노동허가를 받은 취업 이민과 함께 가족 초청 이민들도 급속히 증가했다. 한인 이민이 상당히 감소되어진 2026년 현재 미국내 한인 인구는 약 21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3년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았을 때는,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1월 13일을 “미주한인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미주 한인사회는 그동안 크게 성장해 왔던 것이다.

이와 같이 미주 한인사회가 괄목할 정도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주 한인교회들도 대폭 증가하였다. 미주 한인교회들은 발벗고 나서 한인 이민자들의 정착을 도우며 그들의 신앙과 정신 생활의 주요한 구심점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러하기에, 한인 이민의 역사는 곧 한인 교회의 역사라고 할 만큼 두개의 역사는 서로 교차하며 밀접하게 연관되어 온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러한 미주 한인교회들을 신학적으로 도우며 이끌어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이끌어 가야 할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검토해 보도록 하자.

  1.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

본 교단(WPC)은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Reformed Theology & Reformed Faith)의 토대 위에 세워진 교단이다. 본 교단의 교리 신조는 이렇게 명료하게 기술하고 있다. “세계예수교장로회 총회 회원인 우리는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오직 성경만, 그리고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정확하고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으며 성경만이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지침과 법칙으로 믿는다. 또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은 성경을 가장 정확하게 총괄하고 정확하게 해석한 것으로 믿고 이를 신실하게 따른다.”

모든 미주 한인교회가 본 교단과 같이 개혁주의 신학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혁주의 신학이 미주 한인교회들에게 신학적인 임팩트를 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도울 수 있는 영역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먼저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적 본질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개혁주의란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삼고 성경의 교훈을 따라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는 신학이다.  개혁주의 교회의 모토(Motto)는 “개혁되어 온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 나간다” (The Church reformed, always reforming = 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이다.  종교개혁을 통해서 이미 개혁되었다고 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교회는 항상 성경 앞에서 자신을 살펴보며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개혁주의 신학은 16세기 종교개혁과 함께 일어난 신학이다. 1517년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하면서 독일의 윗텐베르그 성당 대문에다 “95개조 교회 개혁안” (Ninety-Five Theses for Reformation)을 붙였다. 그 95개조 내용은 가장 주요한 다음 다섯가지의 솔라”(Five Solas)로 요약된다.

첫째,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성경만이 신앙과 삶의 최종적 권위를 가진다. 둘째, 오직 믿음(Sola Fide) –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는 것은 오직 믿음으로 가능하다. 셋째, 오직 은혜(Sola Gratia) — 구원은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 진다. 넷째,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a) —구원의 길은 오직 그리스도 뿐이시다. 다섯째,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 모든 영광을 오직 하나님께 올려 드려야 한다.

이러한 5대 원칙들과 함께 개혁주의 신학의 특징은 하나님의 절대주권(Absolute Sovereignty)을 강조하면서, 모든 인간의 구원과 인류 역사 운행 전체가 하나님의 뜻과 목적 아래에 있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 하나님의 예정과 선택, 죄로부터의 구원, 하나님의 은혜로운 보전 등이 중요한 개혁주의 신학의 주제들이다. 사도 바울의 가르침과 어거스틴의 신학을 계승하여 칼빈이 체계화한 개혁주의는 신학 뿐만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통치됨을 믿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는 신학인 것이다.

특별히 1618-1619년에 네델란드 돌트에서 개최된 돌트 총회(The Synod of Dort)에서는 돌트 신경(The Canon of Dort)를 작성하여 채택하였는데, 그 신경 속에 칼빈주의(개혁주의)의 5가지 핵심 요소들(The Five Points of Calvinism)이 아주 선명하게 기술되어 있다. 돌트 총회는 돌트 신경 채택을 통하여 그 당시에 네델란드 교회에 침투하여 인간의 원죄를 인정하지 않고 구원의 “신인합력설”을 주장하며 혼란을 일으켰던 알미니안주의(Arminianism)가 비성경적 교리임을 공식적으로 정죄하였다.

돌트 신경 속에 담겨있는 칼빈주의 5가지 핵심 요소(Five Points of Calvinism)는, 후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의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칼빈주의 5가지 핵심 요소들은 그 영어 첫 글자들(Acronym)을 따서 다음과 같이TULIP 으로 표현되었다

TULIP = = TOTAL DEPRAVITY(인간의 전적 부패), UNCONDITIONAL ELECTION(하나님의 무조건적 선택), LIMITED ATONEMENT(예수님의 제한적 속죄=알미니안 교리의 만인구원설과 상반됨), IRRESISTIBLE GRACE(불가항력적 은혜), PERSEVERANCE OF THE SAINTS(성도의 견인, 하나님께서 끝까지 보호하심) – 이것이 칼빈주의 5대 핵심 교리인 것이다.

물론 위의 5대교리가 개혁주의 교리의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하나님의 절대주권, 언약신학, 교회론, 성령론, 성례학, 예배학, 기독교 신자의 생활과 사회적 사명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1. 개혁주의 한인교회의 시대적 사명

개혁주의는 칼빈주의(Calvinism) 또는 보수 정통주의(Conservative Orthodoxy)로도 일컬어 진다. 보수 정통주의는 과거의 전통을 무조건 지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독교 이 천년 역사를 통하여 형성되어온 정통주의를 자유주의적 현대주의(Liberal Modernism)로부터 보수하고 지킨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최고의 권위인 성경 말씀에 비추어 교회와 사회와 개인을 계속하여 개혁해 나가는 것이 개혁주의 신학의 주된 목표인 것이다.

특히 개혁주의 신학의 주요한 내용 중의 하나는 모든 삶의 영역이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 아래에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하나님의 주권(Sovereignty of God)이 교회 안에서 뿐만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회 전체에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각자의 맡은 바 일과 노동이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소명 즉 Calling 임을 인식하고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하나님의 통치 주권을 사회 속에 증언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네델란드의 개혁주의 신학자요 정치가였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영역 주권”(Sphere Sovereignty)을 주창했다. 카이퍼는 사회 안에 있는 각종 영역들(가정, 교회, 학교, 국가, 기업, 학문, 예술, 과학, 사회 복지 등)은 각기 하나님 앞에서 고유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교회는 복음 전파의 역할과 동시에 각 영역들에서 사회적 선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선교의 역할은 빈곤한 자와 노숙인을 돌보는 일, 이민자와 나그네에 대한 봉사,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도움, 교육과 장학사업, 재난을 당한 자들에 대한 지원 등등을 포함한다. 개혁주의는 세상을 단순히 “교회와 반대되는 곳”으로 보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복음적 사명(Evangelical Mandate, 마 28:18-20) 뿐만 아니라 문화적 사명(Cultural Mandate, 창1:28), 즉 문화에 대한 창조적 통치와 개발 능력을 주셨기 때문에, 신앙인들은 문화를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문화를 선하게 발전시키고 이끄는 일에 참여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적 문화관”은 또 하나의 저명한 네델란드 칼빈주의 신학자요 철학자인 허만 바빙크(Hermann Bavinck)의 문화관과도 일치한다. 바빙크는 하나님의 창조-> 인간의 타락->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개인적, 사회적 구원 완성(하나님께 영광)의 공식을 제시했다. 이 신학은 미국의 개혁주의 전통 속에도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개혁주의 신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문화적 사명은 단순히 교회가 사회봉사를 많이 하라는 의미보다 훨씬 넓고 포괄적이다. 그 핵심은 하나님의 주권이 교회 안에서는 물론, 인간의 모든 삶과 사회 전체에 미쳐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주의적 신앙은 주일 예배와 봉사에만 머물지 않고 가정과 직장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에 신앙적 영향을 주는 인풀런서(Influencer)의 역할을 능히 감당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칼빈주의 전통에서는 이것을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Calling or Vocation)으로 표명한다. 영어에서 직업을 Calling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 이유다. 성직자만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자신의 직업과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함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올려 드리는 소명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교회의 복음적 소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흘러나오는 열매요 결과인 것이다. 개혁주의 신학은 복음전도와 사회봉사를 이분법적으로 보면서 결코 양자택일을 하지 않는다. “세상과 구별하여야 하지만, 세상을 도피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이다. 말씀과 실천적 행함, 복음과 사랑을 함께 추구하면서, 중생을 통한 개인적 변화와, 변화된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다.

만약 한인교회들이 교회 내부의 성장과 친교에만 집중한다면, 개혁주의에서 말하는 교회의 사회 문화적 소명을 축소시키는 것이 된다. 반면에, 한인교회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건전한 시민문화 교육과 영어 교육 제공, 차세대 청소년 교육 지원, 노인들 돌봄, 장애자와 약한자들 돌봄, 1세대와 차세대를 연결하는 교육, 지역 커뮤니티 봉사, 진실과 평화 운동 등을 펼쳐 나간다면 그 모든 것이 개혁주의 한인교회로서 사회 문화적 사명을 실천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별히 현대 미국 사회는 사회 각 분야에 급격한 세속화와 함께 탈교회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세속화를 끌어 가고 있는 삼두마차는 Academia(학교), Mass Media(매스 미디어), Hollywood(헐리우드)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무신론 사상에 젖어서 성경과 기도를 학원으로부터 배척한 가운데 진화론, 동성애 옹호 등 반기독교적 교육 철학이 지배하고 있다. 또한 매스 미디어와 헐리우드에서 쏟아내는 각종 반윤리적이고 폭력적인 문화 컨텐츠와 영화들은 미국 사회의 세속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무신론과 세속주의의 도전 앞에서 미주 개혁주의 한인교회들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문화적 사명의 본질을 더욱 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절실한 것이다. 그러므로 날로 세속화의 길로 가고 있는 미국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동력원으로서의 개혁주의 한인교회와 신앙인들의 시대적 사명은 참으로 중차대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개혁주의 교회와 신앙인의 문화적 사명은, 복음으로 변화된 크리스찬들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각자의 소명을 따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와 공공선(Common Good)을 추구하여 세속화된 문화와 사회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크리스찬은 항상 하나님 앞에서(Coram Deo)의 책임적 자세로 자신의 소명을 엄중하고 영광스럽게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미주 한인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 -> 개인의 중생과 변화 -> 소명 받음 -> 사회 참여 -> 문화적 임팩트 -> 사회의 개혁과 변화 -> 하나님께 영광

이것이 곧 세속화되고 혼란한 이 시대에 만유의 주 하나님께서 미주 한인 개혁주의 교회에게 주신 영광스럽고 위대한 구심적, 원심적 선교 사명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Soli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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