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7, 2026

[임인철 목사 칼럼] “한가위, 차오르는 은혜와 감사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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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중앙교회 임인철 담임목사.

가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한가위는 계절의 넉넉함과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오랜 덕담처럼, 음력 8월의 밤하늘을 채우는 둥근 보름달과 갓 수확한 햇곡식으로 차려낸 밥상은 우리 마음을 따뜻하고 배부르게 채워줍니다.

추석(秋夕)은 본래 가을밤의 수확을 기뻐하며 하늘과 땅, 그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고마움을 표하던 날입니다. 그러나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명절은 종종 번잡한 이동과 의무적인 모임, 혹은 형식적인 휴일로 퇴색되기도 합니다. 믿음의 성도들에게 이번 한가위는 단순히 계절의 풍요를 즐기는 시간을 넘어, 우리 삶의 진정한 공급자이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드러내는 거룩한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첫째, 결실의 주인을 고백하는 ‘절대 감사’의 회복입니다.
농부가 봄부터 땀 흘려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해도, 때에 따라 적당한 비와 햇빛, 바람을 공급해 주지 않으시면 한 톨의 알곡도 거둘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의 성취와 열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 한 해 우리가 거둔 건강, 일터의 소산, 가족의 평안은 결코 우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추석 식탁에 둘러앉을 때, 우리는 먼저 삶의 모든 자리를 인도하시고 채우신 하나님의 섭리를 고백해야 합니다. 성경의 초막절이 광야의 인도하심을 기억하며 햇곡식을 드렸던 감사의 절기였듯, 우리의 한가위 식탁 또한 하나님의 은혜를 세어보는 감사의 제단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반달 송편에 담긴 ‘성숙과 소망’의 믿음입니다.
추석의 상징인 송편은 보름달이 아닌 반달 모양으로 빚습니다. 가득 찬 보름달은 이내 기울기 시작하지만, 반달은 날마다 빛을 더해가며 온전함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는 신앙 여정의 본질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지금 불완전하고 부족한 반달과 같을지라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져 가는 존재들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미완성처럼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내 삶을 온전하게 빚어가실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의 소망을 송편 한 톨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모난 곳을 품어주는 ‘화목과 나눔’의 실천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차별 없이 골고루 비추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가족과 이웃의 어두운 구석을 따뜻하게 밝힐 때 빛을 발합니다. 명절 모임은 때로 가족 간의 오랜 섭섭함이나 비교로 인한 상처가 불거지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도는 먼저 듣고, 먼저 이해하며, 용서와 축복의 말을 건네는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끼리의 넉넉함에만 머물지 않고, 명절이기에 더 외롭고 쓸쓸한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흘려보낼 때 우리의 한가위는 비로소 복음의 능력을 증명하는 현장이 됩니다.
한 해의 결실을 돌아보는 계절입니다. 곡식의 알곡을 거두듯, 하나님께서 우리 삶의 곳간을 살피실 때 찾으시는 것은 세상의 자랑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감사와 이웃을 품은 따뜻한 사랑이라는 영적 알곡일 것입니다. 이번 한가위, 우리 가정마다 묵은 감정은 털어내고 감사의 고백이 가득 채워져,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달빛처럼 세상을 온화하게 품는 복된 명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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