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교회·소록도·양화진 이어 방문
77인 희생과 소록도 헌신 계승 다짐

예장합동 111회기 총회장 정영교 목사와 총회임원들이 취임 후 첫 행보로 순교와 고난, 헌신의 신앙 유산이 깃든 현장을 차례로 찾았다. 임원들은 9월 21-23일 영광 염산교회와 고흥 소록도교회,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잇따라 방문해 새 회기를 기도와 섬김으로 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총회임원들은 21일 가장 먼저 전남 영광 염산교회를 방문했다. 염산교회는 1950년 10월 3일부터 3개월여 동안 전체 교인의 3분의 2가량인 성도 77명이 공산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곳이다. 그해 3월 부임한 김방호 목사는 교회가 점령된 뒤에도 성도들의 가정을 찾아다니며 예배를 이어갔고, 피신 권유에도 성도를 두고 떠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김 목사는 10월 27일 순교했으며 가족들도 함께 희생됐다.
정영교 총회장은 염산교회를 첫 방문지로 삼은 이유로 ‘총회 제1호 순교사적지’라는 상징성을 꼽았다. 아울러 공산주의와 좌익 이념을 기독교인이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는 점, 6·25전쟁이 북침이 아니라 남침이었음을 다음세대에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정 총회장은 순교 이야기를 하나의 사건으로만 전할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게 한 힘, 곧 죽음보다 그리스도를 귀하게 여긴 신앙과 목회자와 성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신앙을 지킨 공동체의 모습을 배우고, 복수보다 사랑과 용서를 이어가야 한다고 일깨웠다. 부총회장 송기섭 목사도 “염산교회 77인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역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총회를 섬기고 순교 신앙을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감회를 나눴다.
다음날인 22일에는 고흥 소록도교회 100주년 역사기념관 완공 감사예배에 참석했다. 총회임원들은 소록도교회 성도와 남중노회 관계자 등과 함께 감격스러운 예배를 드리며, 질병과 소외, 수난과 순교의 아픈 역사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소록도교회 성도들의 신앙과 삶을 기렸다. 정영교 총회장은 ‘후대에 전할 믿음의 기념비’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소록도를 “고난 속에서 피어난 숭고하고 깊은 신앙의 유산이 깃든 특별한 곳”이라고 소개하며 “총회장이 되면 가장 먼저 찾고 싶었다”고 소록도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또 소록도교회 성도들을 향해 세상의 편견이나 육체의 질병이 훼손할 수 없는 ‘하나님 자녀로서의 절대적 가치’를 지닌 분들이라며, 믿음 안에서 천국의 소망을 품고 사랑의 공동체를 이뤄가라고 당부했다.
순례의 마지막은 23일 오후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었다. 정영교 총회장은 서기 유병희 목사, 부회록서기 육수복 목사와 함께 언더우드, 헐버트, 아펜젤러 선교사 등 조선 땅에 복음을 전하다 순직한 선교사들의 묘역을 찾았다. 정 총회장은 요한복음 12장 24절을 전하며 “우리도 단순히 한 회기를 거쳐 가는 총회임원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교단과 한국교회를 도약시키는 데 귀하게 쓰임 받는 한 알의 밀알이 되자”고 당부했다.
서기 유병희 목사는 순교의 핏값으로 세워진 한국교회에 은혜가 더해지고 다음세대가 사명의 길을 이어가기를 기도했다.
총회임원들의 이번 행보는 정영교 총회장이 취임사와 취임대담에서 밝힌 111회기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정 총회장은 ‘하나로, 미래로, 거룩함으로’라는 주제 아래 온라인 교회법 교육 시스템 구축, 평신도 교회교육사 제도 정착, 2027년 평양대부흥운동 120주년 영적 각성 운동, 시대의 불의를 깨우치는 메신저 역할을 약속했다. 그 바탕에는 삶이 뒷받침되는 ‘거룩한 영향력’의 회복이 있는데, 총회임원들의 첫 행보는 이를 압축해 보여 준다. 임원들은 스스로를 한 회기를 거쳐 가는 임원진이 아니라 앞선 신앙인들의 희생 위에 선 사람들로 여기는 겸손한 자세를 다짐한 것이다. 이는 갈등과 침체, 다음세대 감소와 교역자 수급난이라는 현실 앞에서 교단 지도부가 먼저 신앙의 본질을 붙들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제 관건은 이 다짐을 구체적인 사역으로 옮기는 일이다. 총회임원들이 신앙의 선조들이 남긴 ‘생명보다 귀한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날마다 되새기며, 한 회기 동안 교단 화합과 미래 비전 제시, 개혁주의 정체성 수호와 거룩성 회복을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기독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