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무조건 증여세 적용 오해 ‘주의’
생활비 외 자산취득사업 세밀 관리 필수
계획부터 집행·정산까지 입증체계 세워야

올해 2월 27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시행령과 법인세법 시행령이 개정·시행되면서 해외 종교사업과 관련한 공익법인·기부금 인정 범위가 좁아졌다. 해외선교비 과세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상적인 선교활동과 단순한 재산 이전을 구분할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해외선교비가 곧바로 증여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교사 생활비와 사역비, 현지 교회 지원금, 건축·구호사업비는 성격이 다르다. 핵심은 해외에 돈을 보냈다는 사실보다 ‘무슨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내고 관리했는가’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해외 종교단체 송금에 대한 과세 소송이 있다. 김영근 회계사(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대표)는 해당 소송을 설명하면서 신천지를 언급했다. 해당 단체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LA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교회에 약 85억원을 송금했고, 과세당국은 가산세를 포함해 약 52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법원은 당시 시행령에 종교사업 주체를 국내로 한정한 규정이 없다며 과세처분을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은 2025년 5월 15일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정부는 판결 이후 시행령을 손질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12조는 종교사업 운영 주체를 거주자와 비영리내국법인으로 한정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도 종교 목적 비영리법인의 기부금 적격 소속단체를 국내 소재 단체로 제한했다.
세법상 ‘공익법인등’이 출연받은 재산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제외된다. 이번 개정으로 해외 종교단체의 인정 범위는 좁아졌지만 이를 곧바로 ‘해외송금=증여세’로 볼 수는 없다. 국내 교회가 사업을 계획하고 자금 사용과 정산을 관리했다면 해외단체에 재산을 단순히 이전한 것과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법률검토도 제시됐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정석 감독, 이하 한교총)은 9월 8일 공청회를, 노량진정책연구원(회장 이기용 목사)은 11일 정책토론회를 열어 관련 세무·법률·선교 쟁점을 논의했다.
한교총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실무자들은 9월 2일 간담회에서 선교사 개인의 사례비와 활동비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공식 유권해석이 나온 것은 아니며 사례비의 종교인소득 등 세무처리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생활비와 프로젝트비가 혼재하는 선교현장의 구체적인 판단기준도 남아 있다.
피승민 목사(한교총 사회정책위원회 위원장)는 본지와 만나 교계가 실제 선교비 집행 사례와 관리방식을 정부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소득 관리가 투명해지면 4대보험 등 사회보장 측면에서 형편이 어려운 선교사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증빙이 쉽지 않은 선교지 현실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피 목사는 “투명해지면 한국교회가 오히려 더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적 쟁점도 있다. 권순철 변호사(SDG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상증세법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공익사업의 ‘범위’인데 시행령이 사업의 ‘주체’까지 제한했다며 위임입법과 조세법률주의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조세감면에 관한 정책재량을 고려하면 시행령 자체를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교계는 적용기준과 사후관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교총은 전용계좌와 회계자료 관리, 증빙 확보가 어려운 지역의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세법 개정과 유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개정이나 유예가 정부 방침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찬곤 목사(GMS 전 이사장·세계동반자선교원 대표)는 세법 논란을 선교 위축의 이유로 삼기보다 “한국교회가 재정 운용과 선교방식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선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더 발전시켜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정상적인 해외선교와 단순한 재산 이전을 가를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한국교회에는 선교비의 성격과 사용처를 구분해 관리하는 과제가 남았다. 법 시행 자체에 위축되기보다 달라진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선교비의 목적과 집행방식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독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