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25, 2026

[손승복 목사 칼럼] “왜 지금 평신도에게 『기독교강요』인가?-신학은 신학자의 책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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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복 목사(GAWPC 서울노회)

교회에 오래 다녔다고 해서 반드시 신앙을 바르게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성경을 여러 번 읽었다고 해서 그 말씀의 전체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설교를 듣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면서 신앙생활을 하지만 때로는 정작 한 가지 질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왜 이 세상에 오셔야 했는가. 구원받았다고 말하지만 구원이란 무엇이며, 성령께서는 그 구원을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 가시는가. 그리고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 이 질문들은 신학교 강의실에서만 다루어야 할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붙들어야 할 신앙의 질문이다.

500여 년 전 존 칼빈이 쓴 『기독교강요』는 바로 이러한 질문을 다루는 책이다. 그러나 많은 성도들에게 『기독교강요』라는 이름은 여전히 어렵게 들린다. 두꺼운 책, 복잡한 교리, 신학자들이 읽는 전문서적이라는 인상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이 책은 하나님과 인간, 그리스도와 성령, 구원과 교회, 성례와 세상의 질서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내용을 다룬다. 하지만 칼빈이 이 책을 쓴 목적은 신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데 있지 않았다.

초기 『기독교강요』가 등장했던 당시 프랑스의 종교개혁 신앙인들은 박해를 받고 있었다. 칼빈은 그들이 믿는 복음이 새로운 종교도 아니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위험한 사상도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변호해야 했다. 동시에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무엇을 믿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야 했다. 그러므로 『기독교강요』는 처음부터 교회를 위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하나의 분명한 길이 보인다. 먼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를 묻는다. 그리고 하나님을 알게 될수록 인간이 누구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의 죄와 비참을 알게 되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 비로소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십자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이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적용되고, 믿음과 회개와 칭의와 성화라는 삶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은혜는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말씀과 성례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라고 보존된다. 결국 『기독교강요』가 보여 주는 것은 몇 개의 교리를 따로 설명하는 지식의 목록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죄인을 어떻게 찾아오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하시며, 성령으로 변화시키고, 교회 안에서 길러 가시는가 하는 복음의 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목회자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는 성도에게도 필요하다. 직장에서 숫자와 사람을 상대하는 그리스도인에게도 필요하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은퇴 후 인생의 후반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을 어떻게 아느냐에 따라 삶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사람은 뜻하지 않은 고난을 단순한 불운으로만 보지 않는다. 칭의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공로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다. 성화를 아는 사람은 실패했다고 신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교회를 바르게 아는 사람은 교회를 종교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소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신학은 결국 삶을 해석하는 눈이다. 그러므로 바른 신학을 배우는 목적은 많은 신학 용어를 아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을 더 바르게 알고, 그리스도를 더 의지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기 위해서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기독교강요』의 길을 평신도의 눈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고자 한다. 칼빈이라는 한 신학자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평생 붙들고자 했던 성경의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함께 바라보기 위해서다. 신앙의 길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오래 걸어온 사람일수록 지도를 다시 펼쳐 보아야 한다. 『기독교강요』는 오늘 우리에게 그 지도를 펼쳐 보라고 조용히 권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으며, 그 믿음은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그 질문에서 우리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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